팟캐스트를 시작하며: 이것은 아주 길고 수고스러운 안부인사
정겨운 친구 여러분, 잘 지내시는가요?
종종 블로그나 인스타로 제 안부를 전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쪼개진 일상이다보니 저 스스론 좀 아쉽습니다. 안부를 자주 못 전해 아쉽다기 보다는 (딱히 안 궁금한 분들도 있으실 테니..) 본래 블로그 글쓰기의 목적이었던 '생각 정리'가 잘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안부를 전한다는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나 이렇게 살고 있다" 정도에서 끝나니 시원치 못하기도 합니다. 그건 제가 원체 생각이 많아 그러겠지만요.
그런 생각과 교차되던 것이, '삶에 양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철과 부침이 많은 삶은 한편으로는 피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들고 나는 재미가 없는 건 또 따분하죠. 한데 삶의 재미난 지점 - 저는 대부분 의외성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그것 - 을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돈을 써야할 때도 많고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대부분 셋 중 하나는 꼭 필요하더라고요. 그보다는 에어컨을 파워 냉방으로 틀고 이불을 턱밑까지 뒤집어쓴 채로 릴스나 보는 게 당장은 더 재밌고 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데이터? 배터리? 말고는 아무것도 안 써도 되니까요.
그렇게 내 삶에 의외성이 너무 없다고 느껴질 때쯤 "팟캐스트 해보자"는 그늘(함께 팟캐스트를 꾸리는 친구의 닉네임입니다)의 제안을 받았고 저는 덥석 물었습니다. 그렇게 벌써 세 번째 녹음을 앞두고 있네요. 이직한 지도 얼마 안 되었고 논문도 써야 하지만.. 이런 재미들을 구석구석 만들지 않으면 삶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 모를 불안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이 팟캐스트는, 제가 전하는 아주 길고 수고스러운 안부인사입니다. 저는 이걸 하기 위해서 7만원짜리 마이크도 마련했고, 시그널 음악을 만들어 보겠다고 간만에 기타를 튕기기도 했습니다. 이미 제 삶에 크고 작은 의외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녹음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주제도 정하고 기획회의도 해야 하고 질문 리스트도 작성해야 하고… 녹음 날엔 가방에 마이크와 헤드폰, 케이블 (세상엔 케이블이 인간보다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같은 물건도 챙겨야 하지요. 이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10분 타고, 거기서 또 10분을 걸어가야 나오는 스튜디오에 가서, 한두 시간을 녹음해 편집까지 마쳐야 하는 그런 수고스런 안부인사인 것입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저의 삶도 여러분의 삶도 있으니 그러지 못하겠죠. 이제는 팟캐스트라는 좋은 통로가 생겼습니다.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누곤 했지만 이젠 그러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도 링크를 전달하며 이야길 나누려고 합니다. 동시성은 없을지라도 그즈음의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며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다면 늘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잡담이고 수다겠지만, 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아주 길고 수고스러운 안부인사인 팟캐스트 '밀린일기'를 미루지 말고 들어달라는, 아주 길고 수고스러운 어필이었습니다. 들을 수 있는 링크는 아래 남겨 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