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연장 성공!

가방끈 연장 성공!
오 나의 희선팀!

처음 대학원에 가야겠다 싶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늘 배우는 걸 좋아해 왔으니 이왕 배우는 데 몇 년을 힘 쓸 거라면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된 내용을 가르치는 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일한 지 5년이 넘으니 경험과 느낌만으로 일하게 되는 것 또한 느껴졌습니다. 이론 공부가 일하는 모습을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잘 알지만, 글쓰기와 HR,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고민하고 서로 다른 분야들을 이리저리 묶어가며 저만의 길을 발견했던 기억이 있으니, 학문과 이론에서도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대학원 생활은 입학하기 전 저의 생각과 같기도, 다르기도 했지만 결국엔 마무리가 됐습니다. 퇴근하고 학교가는 날이면 야근하는 팀원들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퇴근 못 한 팀원들이 있다기에 택시타고 회사로 돌아간 날도 있었습니다. 졸업 전 논문을 마무리하면서는 교수님과 함께 쓰는 동료들과 하나의 TF처럼 움직이면서 연구와 일이 별로 다르지 않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성실함과 태도가 전부라는 것도요.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 힘들여 쓴 논문으로 우수논문상을 받았고, 학술지 게재를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주 링크드인에서 별 생각 없이 논문 내용을 공유했을 때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 주셨어요. 좋아요가 벌써 200개가 넘었는데, 그와 같은 반응도 큰 힘이 됐습니다. 헛된 일을 한 게 아니구나, 그리고 현업에서 같은 질문을 품고 있는 동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체감하면서요.

2년 반 동안 휴학 없이 학업을 마무리하고, 논문이라는 큰 산을 넘어 이제는 학교와 나라가 허락한(?) 척척석사가 되었네요. 큰 사고없이 학업을 끝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제 받은 학위기는 “위 사람에게 학위에 따르는 모든 권리와 의무, 긍지를 강조하며 이 학위를 수여합니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사실 학사이던 엊그제의 저와, 석사가 된 오늘의 제 차이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놀라울 정도로요.

얼마 전 끝난 '미지의 서울'이란 드라마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했던 대사가 있어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고 했던가요. 어떤 종류든 용기와 힘이 필요할 때 이 대사를 되뇌곤 합니다. 모른다는 게 가져다주는 괜한 용기요.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느꼈던 걸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모르겠다”였을 겁니다. 그걸 2년 넘게 하다 보니 막막함과, 미지(未知)가 도리어 가능성이라는 걸 알게 됐던 듯합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탔지만, 이제 시작일 겁니다. 제 미지를 또 어느 공간에서든 채워 가겠죠. 학교와 연구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들을 인생과 일에 적용해보고, 또 새로운 질문들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모르는 게 가능성이라면, 제게는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네요. 함께 고민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고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늘은 저 좀 축하해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