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담당자, 다시 에디터 되다
지난 2월부터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직접 알리려 했는데, 링크드인에 경력을 입력하니 업데이트 하나가 올라가더군요. (링크드인을 몇 년 했는데도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습니다) ‘채용 콘텐츠 에디터을(를) 맡음’이라고요. 직무까지 아주 상세하게 올라간 터라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쓸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럼에도 제 이야길 궁금해할 몇몇분을 위해서 남겨봅니다.
4년여 전에 저는 한 회사 피플팀에 ‘에디터’로 입사했습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세 글자로 표현하는 게 조금 게으르군요)이 있었어요. 조직문화 담당자가 되었다가, 조직문화팀의 팀장도 되었다가,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변화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묶어보자면 ‘더 잘 쓰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글만 써서는 더 잘 쓸 수가 없겠다는 비논리적(?) 접근이었는데, 그게 늘 저를 더 잘 쓸 수 있는 자리에 데려다 놓곤 했어요. 동료들과 더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었고, 더 풍성한 이야기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시간이 오래 지나 다시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이 직무를 다시 이름 석자 앞에 붙이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과 공부를 조목조목 모으니 채용 콘텐츠 에디터만큼이나 어울리는 것도 없다 싶었습니다. 어쩌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운명과도 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첫 출근날엔 조금의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에디터라는 일을 ‘예술가’같이 바라보는 분들이 계시기도 해서요.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 평가를 잘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잘 설득하면 되겠죠. 3회 복명복창 실시. 나는 에디터다. 나는 에디터다. 나는 에디터다.
이렇게 다짐을 늘어 놓는 제 글의 배경이 될 곳은 앳홈이라는 곳인데요. 소형 가전 브랜드 미닉스와 뷰티 브랜드 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채용 브랜드 전략을 마련하고, 채용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도맡는 것은 늘 하던 일이라 익숙합니다만, 형체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은 또 처음이라 콘텐츠 전략 마련에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합니다.
입사한 지는 딱 한 달 째입니다. 성수동은 놀러만 가던 길이라 언제 익숙해지려나 했는데 출퇴근이란 역시 금방 몸에 익더군요. 현대 인류의 DNA 속에는 직장인의 루틴이 들어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과학자 선생님들이 어서 발견해 주시기를 바랄 뿐… 인간에겐 가끔 과학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석 달의 휴식기도 물론 행복했지만 다시 일하니까 또 다른 에너지가 생기는 듯해요. 무엇보다… 오후 3시즈음이면 배가 무지하게 고픕니다. 뇌를 많이 쓰고 오피스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녀 그런가 싶은데, 쉬는 동안 뇌와 몸을 그렇게 안 썼던가 되묻고 있기도 합니다.

세상에 ‘채용 콘텐츠 에디터’란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제 일이 쉬이 이해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매분 매초 그런 마음이 들다가도 그게 뭐가 중요할까, 돈 받고 글 쓸 수 있으면 되었지, 내가 이 일을 사랑하면 되었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옛 회사 팀 블로그 바이라인에 적어 둔 문장은 여전히 제게 유효합니다. ‘다정하게 보고 정확하게 쓰고 싶습니다.’ 이번 주도 두 명의 동료를 만나 새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공부할 것도 많고 새롭게 알아가야 할 사람도 많지만 어쩐지 겁이 나거나 떨리지는 않네요.
운명처럼 이 회사에 왔습니다, 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선택하고 저를 선택해준 회사를, (가끔 미운 구석이 있어도) 어떻게든 좋아해버릴 생각입니다. 그럴 구석이 없대도 발견하고, 심지어는 발명해내야 할 겁니다. 좋아하는 것만큼 잘 쓰게 되는 방법이 없더군요. 저는 어떻게든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여러분은 자기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무어라 생각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게 알려주시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해보고 정리해보시면 좋겠어요.
동료들 모두가 볼 수 있게 저를 소개하는 팀장님의 전체 공지에는 다짐 아닌 다짐을 달아두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장명성입니다. 오늘 합류했습니다.’ 까지만 적어 두고서 깜빡이는 커서를 지켜봤습니다. 무슨 말을 쓰면 좋을까… ‘잘해 보겠습니다’라거나 ‘많이 도와주세요’ 대신에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짧은 댓글을 끝냈습니다. ‘정진’은 ‘정성을 다하여 노력해 나아가다’라는 뜻이지만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날 제 마음과 상황에 꼭 맞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이렇게 글을 써 나가려고 합니다. 이곳에 딱 맞는, 정확한 말과 이야기들이 있으리라는 믿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