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거나 춤추거나

울거나 춤추거나

회사에선 1년에 두 번, 그러니까 6개월마다 한 번씩 지난 반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름은 얼라인먼트데이. 보통은 거의 모든 팀이 나와서 반기 동안 있었던 일과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알리고, 성과를 보여주고,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회고하는 시간이다.

어제는 2026년 상반기 얼라인먼트데이였다. 보통은 리더들이 나와서 발표하는 식이던 얼라인먼트데이가 이번에는 브랜드별로 나눠서 패널 토크쇼 형태로 진행되었다. 내가 맡은 임무는 회사 내 두 브랜드 중 한 브랜드의 리더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진행자. 행사 전체 진행은 전 회사에서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토크를 진행해본 건 처음이었다.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1년이 넘은 팟캐스트 짬바가 있으니, 진행 중 벌어지는 임기응변엔 잘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질문은 정해진 순서대로만 하면 된다. 후. 후. 심호흡을 두 번하니 옆에선 ‘왜 이렇게 한숨을 쉬느냐’고 묻는다. 나보다 옆에서 더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긴자은 두 배. 분명 아침엔 긴장 안 되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왜 이러는 건지! 점심에 먹은 만두가 얹히기 직전이었다.

이에 모자라 앞선 세션이 거의 20분 넘게 시간을 초과했다. 내 예상으로는 이미 시작했어야 하는 시간. 사람들은 쉬는 시간을 짧게 가질 것이고, 그럼 우리 세션 때 기운이 없을 것이고, 내 목소리를 듣고 모두 잠에 들어버리는 것 아니야?! 이럴 수가. 모든 조건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떠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 4시 7분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남들 이야기에 관심이 크게 없을 거고, 재미 있게 만들기도 어렵겠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어느 곳에나 재치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회심의 드립을 날려보기도 하면서, 대중(?)의 온도를 체크해보기 시작한다. 열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프라이팬 위에 손을 대듯이 조심스럽게.

역시나 변수가 없진 않다. 상반기 이런저런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한 팀장님은 팀원들과 지지해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문제는 눈물이 앞뒤좌우로 전염되어서 앉아 있는 몇몇도 눈물을 흘리고, 패널들 중 몇 분도 울음을 삼켜야 했다. 농담으로 풀린 분위기와는 별개의 진지함이었기 때문에, 그걸 놓고 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만한 애정과 진심이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만한 어려움이 실존했던 것이리라 가늠할 수밖에. 자기를 바라보는 수백개의 눈 앞에서 감정이 요동치는 건 당연한 것. 무대는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울기만 했다면 좋은 마무리는 못 되었을 것이다. 눈물을 발판 삼아서, 그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냈고, 어떤 계획들을 세우고 있는지, 그리고 고마웠던 사람들을 언급하며 시상식 같은 마무리. 시간을 좀 오버하긴 했지만 뭐 어때… 이런 시간은 누군가에겐 큰 동력이 될 것이다.

크게 느낀 건, 다들 성과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면서도 부족했던 부분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자리에서 과겸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나 또한 그걸 선택하곤 한다. 아니에요. 제가 뭘 알겠어요. 그게 이래저래 편하니까..) 과격하지도 과겸하지도 않았다고 해야 할까.

상반기의 폭풍은 이제 지나갔다. 조만간 또 올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앉아 있는 이들은, 어쨌거나 그 안에서 춤을 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떠올랐던 노래. 우리는 폭풍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 울든지, 춤을 추든지!

인생은 외롭거나 괴롭거나
폭풍속에서 울거나 빗속에서 춤추거나
울고 싶을때 더 큰 소리로 비를 내려줄게
폭풍속에서 선택 할 수 있어

울거나 춤추거나 외롭거나 괴롭거나
아름다운 실수와 대책없는 계획과
이 순간을 살거나 이대로만 살거나
생각해봐 선택 할 수 있어